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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적 공평함
    이.탈.리.아 역사/르네상스 rinascimento 2020. 10. 16. 17:07

     

    이런 종교적 공평함Indifferenz의 가장 뚜렷한 표현은, 유명한 세 개의 반지 이야기에 나타난다. 레싱이 그의 주인공 나단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수백 년 전부터 이미 <백개의 옛 이야기>(72번째 혹은 73번째 이야기)에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그리고 보카치오에게서 더욱 솔직한 모습으로 등장하였다. 이 이야기가 지중해의 어느 구석에서, 어떤 언어로 맨 먼저 이야기되었는지는 아마 절대로 밝혀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래 그것은 디 두 가지의 이탈리아 이야기보다 의미가 더욱 뚜렷했을 것이다. 그 바탕에 숨어있는 비밀스러운 생각, 즉 이신론理神論은 아래에 그 폭넓은 의미가 다루어질 것이다. '세상을 속인 세 사람', 곧 모세, 그리스도, 마호메트에 관한 유명한 명제는 다시 이신론을 거칠고 일그러진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원래 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전해지는 프리드리히2세가 비슷한 생각을 했다면 그는 아마 좀 더 재치 있게 표현했을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들은 당시 이슬람 세계에도 나타난다.

     

     

     

     

     

    르네상스 전성기인 15세기 말경에 루이지 풀치의 <모르간테>에도 비슷한 생각이 나타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상상의 세계는  낭만적인 영웅 서사시의 경우 언제나 그렇듯이 기독교와 회교도의 군대 진영이다.

    중세의 감각에 맞게 전사들 사이의 승리와 화해는 패배한 회교도 측이 세례를 받는 내용을 수반한다. 풀치보다 앞서 이런 소재들을 다루었던 즉흥 시인들은 이 모티프를 넉넉하게 사용했을 것이다. 풀치의 독특한 작업은 선배들의 작품, 특히 그중 좋지 못한 것들을 골라 패러디로 만든 것이다. 그의 개별적인 노래들은 하느님, 그리스도, 성모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되면서 패러디를 만들어 낸다.

    사정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그가 이교도들을 너무 빨리 개종하고 세례 받게 만들어서 독자나 청중들로 하여금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점이다. 이런 조롱을 계속하다가 그는 모든 종교는 상대적으로 다 좋다는 자신의 믿음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비록 그 자신은 정교도임을 확실히 하고 있지만 이 고백은 본질적으로 유신론적 세계관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밖에 그는 또 다른 측면에서도 중세를 넘어서는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중세 시대에는 다음과 같은 양자택일식 논법이 있었다. 올바른 신앙을 가진 사람이냐 아니면 이단자인가, 기독교도인가 이교도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제 풀치는 거인 마르구테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르구테는 모든 종교에 맞서서 즐거운 마음으로 가장 감각적인 이기주의와 모든 악덕을 선택한다고 고백한다. 다만 한 가지, 절대로 배신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못 박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자기 나름으로 정직한 이 괴상한 인물을 그리면서 대단한 구상을, 아마도 모르간테를 통해 개선되는 과정 같은 것을 생각했던 것 같지만 그러나 곧 이 인물이 지겨워져서 다음 노래에서는 벌써 그에게 우스꽝스러운 종말을 마련해주고 있다. 마르구테는 풀치의 대담성을 증명해주었다. 그런데도 그는 필연적으로 15세기 문학의 세계에 속하는 인물이다.

    15세기 문학은 그로테스크한 크기로 어디에선가. 당시의 모든 교리에 무관심한 이기주의, 명예심의 찌꺼기만을 가진 사나운 이기주의를 그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다른 시문학에서도 거인, 악마, 이교도, 회교도의 입을 통해서 기독교 기사라면 절대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고 있다. 

     

     

    Luigi Pulci, Morgante의 목판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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