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자의 블로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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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떠도는 자의 블로깅/she_blu 2024. 2. 1. 21:34
언제나 결과적으로 따뜻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가 그대로 머리 속에 담겨 있는 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이 험한 세상, 싱글맘의 두려움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그러다 아이의 가방에서 나온 라이터를 가볍게 생각하는 엄마를 보면서 갑자기 분리된다 호리 선생님, 교장, 미나토 이렇게 부질없이, 영화가 보여주는 대로 부표처럼 흔들거리며 사건의 다면적 진실을 바라본다 영화가 끝난다 괴물은 어디에 있었을까 아이들은 둘이 있으면 행복하고 자유로울 뿐이었는데... 내버려 두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커 갈 수 있는 열 살 그런 아이들조차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쉽게 남을 모함하고 어른들은 숙고도 없이 오해하고 공격한다 관객 또한 그들처럼 허공에 틀린 줄긋기를 계속 하다가 엔딩 크레딧을 맞이한다 괴물은 어디있지 여기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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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 이언 매큐언떠도는 자의 블로깅/she_blu 2022. 8. 16. 10:56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먼저 보았다 그리고 책을 주문했다 영화는 여주 엠마 톰슨의 마음이 알고 싶어질 만큼 충분히 잘 만들어졌다 그러나 판사 피오나의 고뇌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판사라는 직업, 롤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그 이상으로 나아가게 한다 피오나는 판사로서 한 인간을 제거하기도 하고, 타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결정을 하고, 영혼 깊이 연관되기도 한다 - 신神의 영역 어떻게든 올바른 결정을 하기 위해 59세의 피오나는 자신의 삶이 모두 사라질만큼 노력한다 진지한 한 인간이 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선인들에 기대고, 현명했던 판례에 기대고, 자신의 결정을 끝임없이 들여다본다 대한민국의 정신 나간 판사들 때문에 고액연봉직 중의 하나로만 생각하던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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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서떠도는 자의 블로깅/she_blu 2022. 6. 25. 11:18
하나의 정신적인 형식이 다른 형식으로 넘어가는 모든 전이, 양식과 유행의 변화, 옛 전통의 붕괴와 새로운 전통의 부상, 한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에게 미친 영향이나 심지어 한 예술가 안에서 일어나는 방향의 전환 - 이 모든 변화들도 불연속적이며 설명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부에서 보면 모든 변화는 돌발적인 것으로 보이며, 엄밀하게 말해 이해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연속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는 오로지 우리가 주관적이고 내적인 체험을 가질 때 느끼는 어떤 것과 같다. 즉, 그것은 객관적인 자료로 재구성될 수 없다. 예술사의 철학 (아르놀트 하우저 1959) 에 나오는 예술의 에 대한 설명이다. 형식의 변화나 도약 뿐 아니라 아주 작게는 평화롭고 따스한 풍경을 그리다가 갑자기 어둡고 불길한 힘에 붙들린 풍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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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미스터 프레지던트떠도는 자의 블로깅/she_blu 2021. 1. 17. 13:10
이탈리아의 단점들만 모아서 만든 것 같은 영화 내부가 곪아 파국으로 치닫던 이탈리아의 정치계가 얼결에 가공의 인물 주세페 가리발디를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한 번 선출된 이상 죽거나 사퇴하기 전에는 대통령직을 그만둘 수 없으므로 동명이인을 찾았더니 오지의 사람좋은 도서관 사서. 절차상 필요한 사퇴쇼를 벌이기 위해 로마로 데려왔는데, 뜻밖에 본인이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단순하고 합리적이기만 하면 해결될 수 있는 많은 사안들을 국민과 공개적으로 소통하면서 인기가 치솟는다. 이탈리아가 잘하는 이 될 수도 있었을 소재를 리카르도 밀라니 감독은 허망하게 소비한다 - 피상적이고 깊이 없는 트리세가 난무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러브라인이 음탕하게 전개되고. 한바탕 소동을 벌이더라도 이건 아니지...? 결국 영화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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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이탈리아 오징어순대집떠도는 자의 블로깅/she_blu 2020. 1. 26. 13:56
프로그램 소개 JTBC 7부작 2019.12.2 ~ 2020.1.20 알베르토가 나고 자란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미라노(Mirano). 한 다리 건너면 모두 다 가족, 친구 사이인 인구 3만 명에 불과한 이 조용한 시골 마을에는 한국을 아는 사람도, 한식을 맛본 사람도 드물다는데... 이곳에서 대한민국의 향토 음식 오징어순대를 판다 12년 째 한국에 살고 있는 알베르토가 자신이 좋아하고 친지들의 입맛에도 맞을 것 같은 한국요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지인들의 반응도 재미있고, 부모님, 친구들이 나서서 열심히 도와주는 모습도 좋고, 딱 알맞는 곳에 알맞은 친구를 배치해서 짧은시간(3일 영업) 안에 능숙하게 해내는 알베르토의 능력도 돋보였고, 작은 도시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미라노 분들 반갑고,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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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cinema e' un occhio aperto sul mondo떠도는 자의 블로깅/she_blu 2015. 3. 2. 21:55
1895년 12월 28일, 파리 그랑카페에서 상영한 뤼미에르 형제가 제작한 단편영화는거대한 화물열차가 달리는 모습을시네마토그래프라는 장치를 이용하여 상영한 3분짜리 무성영화였다.객석에 앉아있던 명사들이 놀라 밖으로 달려나갈 정도로 센세이션했던 이 '움직이는 사진'은 향후 1세기의 예술과 인류를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유튜브에서 찾은 The Best Moments of Cinema . 그 영화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우리 안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영화의 결정적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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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를 이기려면떠도는 자의 블로깅/she_blu 2013. 5. 9. 23:30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주눅 들어 살든지, 아니면 자신의 취미나 재능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못 가본 길에 대해서 동경하며 산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장수 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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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Dio Comanda - As God commands떠도는 자의 블로깅/she_blu 2011. 4. 3. 07:50
는 Niccolo Ammaniti 의 ‘스트레가 상’(이탈리아 최고권위의 문학상) 수상작인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008 감독: 가브리엘레 살바토레 Gabriele Salvatores 원작 : Niccolo Ammaniti 깊은 밤 영화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년을 깨우는 어떤 남자의 무지막지한 행동과 목소리로 시작된다. 관객은 이 거친 남자가 누구이며 소년에게 뭘 요구하는 것인지 어리둥절한채 그들의 현실속으로 대책없이 들어서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아도 우리는 그 거친 남자가 소년의 아버지이고, 고정된 직장이 없는 막노동자로 섬약한 아들이 이 험한 세상을 과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걱정하고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친구 꽈뜨로포르마지(꽈뜨로라고 부른다)의 친구이고 유일한 보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