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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겉모습 묘사
    이.탈.리.아 역사/르네상스 rinascimento 2020. 5. 14. 12:42

     

    인간의 발견은 개인과 국민에 대한 지적인 묘사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인간의 겉모습도 이탈리아에서 북부 유럽에서와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관찰의 대상이 되었다. 골상학의 발전에서 위대한 이탈리아 의사들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서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그리고 인간 모습의 예술(미술)적인 구명은 여기 속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사에 속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신체의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만든, 일반적인 안목의 형성에 대해서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으면 안된다. 

    관찰의 날카로움

    첫째로 당시 이탈리아 작가들의 글을 조심스레 읽으면 겉모습과 관련된 정밀함과 날카로움, 그리고 수많은 개인 묘사의 완전함 등에 놀라게 된다. 오늘날에도 특히 로마 사람들은 이야기 대상이 되는 사람을 세 마디 말로 정확하게 특징을 잡아내는 재주가 있다. 사람의 특성을 이렇듯 빨리 파악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인식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묘사할 능력을 위해서는 본질적인 전제가 된다. 시인들의 경우 물론 장황한 묘사는 오류가 될 수도 있다. 깊은 정열에서 나온 단 한가지의 특성 묘사가 독자에게 해당 인물에 대해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단테는 자신의 베아트리체를, 그녀의 본질에서 나와서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반영만을 묘사했을 때 가장 훌륭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여기서는 독자적인 목적을 지향하는 시문학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고 이상적인 형식을 말로 그려내는 능력을 논하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보카치오는 대가이다. <데카메론>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각 단편들은 긴 서술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카치오는 여유와 감흥을 가지고 묘사할 수 있었던 장편소설들에서 대가의 모습을 보인다. <아메토의 요정 이야기>에서 그는 금발 머리 여자와 갈색 머리 여자를 대략적으로 묘사한다. 화가라면 1백년 뒤에야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이 분야에서도 교양이 미술보다 앞서 발전했기 때문이다. 갈색 머리 (아니면 덜 금발인) 여자의 경우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를 만한 몇 가지 특성들이 나타난다. '크고 옆으로 퍼진 머리' 라는 말 속에는 귀여운 맛을 넘어서는 큰 형식들에 대한 예감이 들어 있다. 눈썹은 비잔틴 사람들의 이상처럼 두 개의 아치가 아니라 합쳐서 하나의 곡선을 이룬다. 코는 이른바 매부리코에 가까운 것을 생각했던 것 같다. 넓은 어깨, 적당히 긴 팔, 자줏빛 의상 위에 놓인 아름다운 손의 효과 등, 이 모든 모습은 본질적으로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고전적인 고대가 의식하지 못한 채 접근했던 아름다움이기도 했다. 다른 묘사들에서 보카치오는 (중세식으로 둥글지 않고) 평평한 이마, 진지하고 길다란 갈색 눈, 움푹 패지 않은 둥그런 목, 그리고 대단히 현대적인 '작은 발' 등을 언급하고 있으며, 검은 머리 요정에게서는 '장난꾸러기처럼 재빨리 움직이는 두 개의 눈'에 대한 언급까지도 나온다.

    아름다움의 이상을 유형화함

    15세기에 아름다움의 이상에 대한, 문서로 된 보고서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화가들과 조각가들의 작업을 얼핏 보면 이런 것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아주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술가들의 리얼리즘에 맞서서, 글쓰는 사람들 속에 특별한 아름다움의 요구가 계속 살아남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6세기에는 피렌주올라가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극히 주목할 만한 서술을 들고 등장한다. 거기서 우선 그가 고대의 작가들과 예술가들에게서 배운 부분, 즉 머리 길이에 따른 척도, 개별적인 추상적 개념 등은 제외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남는 것은 그가 프라토의 여자들과 소녀들을 예로 삼아 자기 자신이 직접 지각한 것이다. 게다가 이 작은 책자는 그가 프라토 여자들, 그러니까 가장 엄격한 판관들을 앞에 놓고 행한 일종의 강연 같은 것이니만큼 그는 여기서 더욱 진실에 접근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의 원칙은 그 자신이 고백하고 있다시피 제욱시스와 루키아토스의 원칙이다. 곧 가장 아름다운 부분들을 모아 최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그는 피부와 머리카락에 나타나는 색깔의 표현들을 정의내리고 '금발'을 본질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머리색깔로 선호하였다. 그는 금발이란 부드럽고, 약간 갈색이 도는 노란색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이해하였다. 나아가 머리카락이 굵고 곱슬거리고 길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마는 밝고 이마의 폭이 높이의 두 배에 이르러야 한다. 피부는 광채가 나야하지만, 창백해서는 안 된다. 눈썹은 짙고 비단처럼 부드러우며 가운데가 가장 숱이 많고 코와 귀쪽으로는 숱이 줄어들어야 한다. 눈의 흰자위는 약간 푸른빛이 돌고, 홍채가 검은 빛이어서는 안된다. 비록 다른 작가들은 '검은 눈'을 비너스의 선물이라고 외치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늘색 눈은 전에는 여신들의 눈 색깔이었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부드럽고 유쾌하게 바라보는 암갈색 눈이다. 눈은 크고 눈에 잘 띄어야 한다. 눈꺼풀은 보일락말락하는 붉은 실핏줄이 있는 하얀색이 가장 아름답다. 속눈썹은 숱이 너무 많지 않고 너무 길지 않고 너무 짙은 색깔이 아니어야 한다. 눈 둘레는 뺨과 같은 색깔이어야 한다. 귀는 중간 크기로 잘 자리잡아야 하고 부풀어오른 부분이 평평한 부분보다 강한 빛깔이어야 한다. 귀의 가장자리는 투명하고 석류석 열매처럼 붉은 광채가 나야한다. 관자놀이는 희고 평평하고 너무 좁지 않아야 가장 아름답다. 뺨에는 붉은빛이 둥글게 드러나야 한다. 옆모습을 본질적으로 결정하는 코는 위쪽을 향하여 매우 부드럽고도 균형 있게 낮아져야 한다. 연골이 끝나는 곳에서 약간 솟아오르는 것은 괜찮지만 여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매부리코가 될 정도여서는 안된다. 코의 아랫부분은 귀보다 더 부드러운 색깔이어야 하지만 얼어붙은 듯 하얀색이어서는 안된다. 입술 위쪽의 가운데 부분은 약간 붉은샊을 띠는 것이 좋다. 우리의 작가는 작은 입을 요구하는데, 너무 뾰족하지도 평평하지도 않아야 하고, 입술은 너무 얇아서도 안 되며, 위아래가 잘 맞아야 한다. 우연히 입을 벌릴 경우, (웃거나 말하지 않을 때) 윗니가 여섯개 이상이 보여서는 안된다. 윗입술의 팬곳은 특히 섬세한 모양을 이루고 아랫입술은 아름답게 부풀어올라야 하며, 왼쪽 입 가장자리에 사랑스러운 미소가 나타나야 한다. 이빨은 너무 작아서는 안되고, 고르고 아름답게 분포되어 있어야 하며 상아 빛깔이어야 한다. 잇몸은 너무 어두운 색깔, 그러니까 붉은 벨벳같은 빛깔이 나지 않아야 한다. 턱은 둥글어야 하고 너무 뾰족하거나 바깥쪽으로 튀어 나와서는 안된다. 쳐들면 붉은 빛이 돌고 보조개가 있으면 최고의 턱이다. 목은 하얗고 둥글고, 너무 짧은 쪽보다 아주 긴 편이 낫다. 팬 곳과 목젖은 보일락 말락하는 정도가 좋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피부는 아름다운 주름을 만들어야 한다. 어깨는 넓어야 하며 특히 가슴의 경우 넓이로 아름다움의 척도를 삼고 있다. 그 밖에도 뼈가 드러나 보여서는 안되고 곡선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모든 면이 완만해야 하며, 빛깔은 '가장 밝은 광채가' 나야한다. 다리는 길고 아래 부분이 섬세해야 하지만 정강이에 너무 실이 없지는 않아야 하고 장딴지는 하얗고 통통해야 한다. 발은 작은 것을 선호하는데 말라서는 안되고 높이 부풀어올라야 하며, 빛깔은 설화석고같이 희어야 한다. 팔은 흰색이고, 윗부분은 약간 붉은 빛을 띤다. 피부의 감촉은 근육이 없이, 팔라스의 여신이 이다산에서 목동 노릇을 하던 파리스 앞에 섰을 때처럼 부드러워야 한다. 손, 특히 손등은 희어야 하고, 크고도 약간 통통해야 하벼, 부드러운 비단같은 감촉이 나야 한다. 장미빛이 도는 손바닥은 잔주름 없이 몇줄기의 뚜렷한 손금이 나 있되, 서로 교차되지 않아야 한다. 언덕부분은 너무 높지 않고, 엄지와 검지 사이의 공간은 밝은 빛깔에 주름이 없어야 한다. 손가락은 길고 섬세하고 마지막 부분이 눈에 띄게 가늘어야 하고, 밝고 약간 굽은, 너무 길지 않고, 지나치게 각지지 않은 손톱이 나 있어야 한다. 손톱은 칼등 넓이를 남겨두고 잘라져 있어야 한다. 

    이런 특별한 미적 감각을 놓고 보면 일반적인 기준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눈이 확정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아름다움의 가장 깊은 이유는 - 물론 피렌쭈올라도 고백하고 있듯이 - 그로서도 알 수 없는 비밀이었다. 그가 말하는 '예쁜 여자', '우아한 여자', '애교있는 여자', '매혹적인 여자'. '맑은 여자', '당당한 여자' 등은 부분적으로는 철학적으로 사고된 것이고, 일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놓고 헛되이 애쓴 것일 뿐이다. 

    그는 웃음을 정의하기를 - 아마도 옛날 작가를 인용한 것인 듯 - 영혼을 보충하는 것으로서 아름답다고 했다. 

    중세 말기에 모든 문헌들은 아름다움을 어느 정도 도그마로 확정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다만 어떤 작품도 피렌주올라의 책과 나란히 놓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50년 뒤의 브랑톰은 그럿 것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다. 

     

     

    출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이미지 출처>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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