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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의 부활
    이.탈.리.아 역사/르네상스 rinascimento 2020. 3. 2. 21:50

     

    이탈리아 문화사 개관의 이 지점에 이르러 우리는 고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대의 '부활(르네상스)'이 일방적으로 한 시대를 총칭하는 이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서술한 것들은 고대가 없었더라도 한 국민을 진동케 하면서 성숙했을 것이다. 그리고 뒤에 나열하게 될 새로운 정신적인 방향들도 대부분은 고대 없이도 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서술한 것이나 앞으로 서술할 것들은 고대 세계가 개입됨으로써 다양하게 채색되었다. 고대 세계 없이 사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삶에서의 표현 방식은 고대 세계와 연관지어서만,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만 드러났다. 우리가 르네상스를 등한시할 수 있다면, 역사상 존재한 형식대로의 '르네상스'가 세계사적인 필연은 아니었을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르네상스뿐 아니라 그와 나란히 존재한 이탈리아 민족 정신과 르네상스가 결합된 것이 서양 세계를 완전히 제압했다는 사실을 고집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이 책의 주 명제의 하나이다. 그 과정에서 이탈리아 민족 정신이 누렸던 자유는 비할 바 없는 것이다. 이 자유는 예를 들어 르네상스 시기의 라틴어 문학만을 놓고 본다면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형 예술과 다른 여러 영역들에서 보면 그 자유는 눈에 띌 정도로 큰 것이었고, 같은 민족이 이루어낸, 시간차를 둔 두 개의 문화 시대(고대 로마 문화와 르네상스 문화) 간의 결속은 극히 독자적인 것이었기에 또한 정당하고도 결실이 풍요로운 것이었다. 

     

    Fresco of a statue of Mars in the House of Venus, Pompeii

     

    중세와 고대

    서양의 다른 지역에서는 자기들이 이탈리아에서 나온 거대한 충동을 물리쳤다거나 아니면 절반이나 전부를 습득했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절반이나 전부를 습득했다고 여길 경우에는 우리의 중세 문화 형식과 표상들이 너무 일찍 붕괴된 것을 탄식할 필요가 없다. 그 형식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었다면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을 것이다. 저 거대한 역사 진행 과정에서 몇몇 고귀한 성과들이 전통과 시 속에 불멸의 모습으로 새겨지지도 않은 채 함께 스러져갔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체 과정이 생겨나지 않았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이 과정은, 그때까지는 서양을 한데 결속시키던 교회와 나란히 새로운 정신적 매체가 생겨나는 과정이었다. 이 새로운 정신적 매체는 이탈리아에서 생겨나서 높은 교양을 갖춘 모든 유럽인들에게 삶의 환경이 된다. 그에 관해서 말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질책은 그것이 민족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필연적으로 유럽 전지역에서 교양인과 비교양인 사이의 구별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구분은 그런 사정이 분명하게 인식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백한다면 앞의 질책은 쓸데없는 것이 된다. 그 밖에도 이탈리아에서는 교양인과 비교양인에 대한 구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오래 전부터 그토록 과격하거나 엄격하지 않았다. 그들의 가장 위대한 예술시인 타쏘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손에도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14세기 이후로 고대 로마와 그리스는 강력하게 이탈리아 사람들의 삶 속으로 밀려 들어와서 문화의 지주이자 원천이 되고, 존재의 목적이자 이상이 되고, 부분적으로는 의식적으로 새로운 대립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고대는 이탈리아 밖의 중세 세계 전체에도 이미 오래 전부터 영향을 주어왔다. 카를 대제(768~814)가 대표하는 교양은 7세기와 8세기의 야만성에 견주어보면 본질적으로 하나의 르네상스였다. 르네상스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북부의 로만 건축 양식에는, 고대로부터 물려받은 일반적인 형식 기반말고도 직접적으로 고대의 형식들이 영향을 미쳤다. 마찬가지로 수도원 학자들은 누구나 점점 더 많이, 엄청난 분량으로 로마 작가들의 소재를 받아들였다. 아인하르트 이후로 로마인들의 문체 또한 간간이 모방되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고대는 북부 유럽에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깨워졌다. 이곳에서 야만성이 중단되자마자 아직 절반은 고대적인 이 민족에게서 자신들의 옛 시절에 대한 인식이 나타났다. 이탈리아 민족은 고대를 찬양하고 그것을 재생하고자 하였다. 이탈리아 바깥에서 고대의 개별적 요소들을 반성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면, 이탈리아에서는 고대 전체에 대해서 학자층과 동시에 일반인들이 직접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고대는 그들 자신의 위대함을 기억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라틴어 문장이 이해하기 쉽다는 점과 아직도 여기저기 상당히 많이 존재하는 기억들과 기념비들이 이런 발전을 강력하게 촉진시켰다. 이런 발전과 그 밖에 북유럽의 다른 요소들, 즉 그사이 전혀 달라진 게르만-랑고바르드 국가들의 민족 정신, 일반적인 유럽 기사도, 북부와 종교와 교회에서 나온 문화적 영향 등에 대한 반발이 합쳐져서 새로운 정신이 만들어졌다. 즉 현대적인 이탈리아 정신이 형성되었는데, 그것은 서양의 표준적인 모범이 될 정신이기도 했다. 

     

    Mosaic of Bacchic Dancers, Hatay, Turkey.
    Alexander Mosaic (depicting the Battle of Issus or the Battle of Gaugamela), from the House of the Faun, Pompeii (VI, 12, 2), Roman era, National Archaeological Museum, Naples, Italy.

     

    야만성이 멎자마자 조형 예술 분야에서 고대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12세기의 토스카나 건축과 13세기 조각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문학에서도 같은 경우를 볼 수 있다. 12세기의 위대한 라틴어 시인, 당시 라틴어 시문학 장르 전체에 기본 음조를 부여했던 시인이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다. 이른바 베네딕트 수도원의 노래의 가장 훌륭한 작품들을 썼던 바로 그 시인이다. 세상과 쾌락에 대한 거침없는 즐거움이 - 세속적 쾌락의 수호자로서 예전 이교의 신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 운을 맞춘 시연들 속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12세기의 방랑 수도사들의 라틴어 시에서 눈에 띄는 뻔뻔스러움은 어느 정도는 유럽 공동의 산물이다... 르네상스는 조금씩 모방하고 수집하는 것만이 아니라 재탄생이었다. 그런 재탄생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12세기 수도승의 시들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고대에 동참하는 것은 14세기가 되면서 시작된다. 그것을 위해서는 이 시기에 이탈리아에서 비로소 나타난 도시생활의 발전이 필연적인 전제였다. 귀족과 시민이 평등하게 한 데 모여 사는 일이 필요했고, 교양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럴 만한 여유와 수단을 가진 일반 사회의 형성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교양은 중세의 환상 세계에서 벗어나면서 곧장 단순한 경험을 통해 물리적, 정신적 세계의 인식으로 나아갈 수 는 없었다. 그를 위해 안내자가 필요하였고, 고전적인 고대 세계가 그 풍성하고 객관적이고 명백한 진실성으로 정신의 모든 영역에서 안내자로 등장한 것이다. 사람들은 감사와 경탄을 지니고 고대에서 형식과 소재를 받아들였다. 그것은 한동안 교양의 주요 내용을 이루었다. 이탈리아의 일반적인 상황도 사태에 유리했다. 중세적인 황제는 호엔슈타우펜 왕조가 몰락한 이후로 이탈리아를 포기했거나 아니면 그곳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교황청은 아비뇽으로 옮겨갔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세력들은 잔혹하고 불법적인 세력이었다. 깨어난 정신은 새로운 이상을 찾는 일에 열중하였다. 그래서 로마 - 이탈리아 세계 지배라는 허상과 요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국민 감정에는 고대 로마에 대한 회상이 무가치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기문화로 새로이 무장하면서 곧 자기들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민족이라는 자의식을 느꼈다. 여기서 우리의 과제는 이 시대 사람들의 움직임을 그 풍요로움이 아니라 다만 외적인 윤곽만을, 그것도 오직 시작 부분만을 그려보이는 것이다. 

     

     

    고대 로마의 조각 http://romehistory.co.uk/romanworld/romansculpture.html

     

     

     

    출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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