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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적인 조롱과 재치
    이.탈.리.아 역사/르네상스 rinascimento 2020. 3. 2. 11:26

     

    해학과 풍자

    명성과 현대적인 명예욕을 조정할 뿐 아니라 더욱더 발전한 개인주의 자체를 조정하는 역할은 성공적인 재치의 형태로 나타나는 현대적인 조롱과 비웃음이 맡았다. 적대 관계인 군대, 영주 등이 상징적인 조롱으로 서로를 극단적으로 자극하거나 아니면 패배한 편이 극히 상징적인 치욕을 덮어쓰게 된다는 것 등은 중세에도 이미 알려졌던 일들이다. 그 밖에 고대의 수사학과 서간문의 영향으로 신학적인 논쟁에서도 벌써 재치가 무기가 되기 시작했다. 프로방스 문학은 저항과 조롱의 노래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연가시인들도 그들의 정치시가 보여주듯이 이런 음조를 모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재치는 본래 희생자가 되는, 개인적인 욕구를 가진 교육받은 개인이 존재하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재치는 말이나 문서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실적인 것이 된다. 재치는 장난을 걸고 못된 짓을 한다. 곧 부를레burle와 베페beffe를 행하는데, 이런 것들이  수많은 단편소설집들의 주요 내용을 이루는 것이다. 

    13세기 말에 생겨난 것으로 추측되는 <백 개의 옛 이야기>는 대립의 산물인 재치를 보이지 않고 조롱burla을 내용으로 삼지도 않는다. 이 이야기들의 목적은 단순히 지혜로운 것들과 의미심장한 이야기 및 우화들을 아름다운 표현으로 재현해내는 데 있었다. 이 이야기집이 그토록 오래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조롱이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14세기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비웃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 세계와 모든 시인들을 앞서는 단테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는 사기꾼들에 대한 저 위대한 지옥의 풍속화만으로도 거대한 해학문학의 최고 대가라고 꼽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다. 플루타르크의 모범에 따른 위트 모음들은 페트라르카가 시작한다. 

     

    Second Circle of Hell (Dante's Inferno)

     

    프랑코 사케티는 14세기가 지나는 동안 생겨난 피렌체 지역의 조롱들을 자기의 단편소설들 안에 훌륭하게 선별해서 모아놓고 있다. 대개는 독립적인 이야기들이 이 나라 특별한 상황 아래 주어진 답변들이다. 광대, 궁정의 어릿광대, 뜨내기 악당, 떠돌이 여자 등이 들려주는 터무니없는 바보 이야기들이다. 세상의 현실이나 통상적인 도덕에 대해서, 진짜 바보이거나 아니면 바보인 척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날카로운 대비 속에 해학의 요소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이 거꾸로인 것이다. 여기에는 묘사의 모든 수단들이 동원되었다. 예를 들면 북부 이탈리아 지역의 특별한 사투리를 흉내내는 것 등이다. 위트를 대신해서 극히 뻔뻔한 행동, 서투른 속임수, 허풍, 음담패설 등도 자주 등장한다. 용병대장들에 대한 몇 가지 농담은 묘사된 모든 것들 중에 가장 뻔뻔스럽고 고약한 것들이다. 조롱들 중에서 어떤 것들은 대단히 해학적이지만 어떤 것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우월감의 입증, 즉 다른 사람에 대한 승리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얼마나 자주 서로를 용서했는지, 얼마나 자주 희생자가 역습을 통해서 다시 우세하게 되었는지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냉혹하고 몰취미한 악의가 수없이 많이 들어있다. 피렌체에서의 생활은 이런 일들을 통해서 자주 대단히 불편하게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농담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퍼뜨리는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그들 중에는 단순한 궁정 어릿광대들을 훨씬 능가하는 고전적인 인물들도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단순한 궁정 어릿광대들에게는 힘든 경쟁과 자주 바뀌는 청중, 그리고 청중의 빠른 이해력 등이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피렌체 광대들은 롬바르디아와 로마냐 지방 전제군주들의 궁정들을 순례하면서 공연하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재치가 거리마다 흘러 넘치는 고향 도시에서는 별 수입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순례 광대들 중에서 좀 나은 축은 재담을 들려주는 유쾌한 광대 유형이고, 좀 못한 사람들은 소동을 벌이는 부포네와 비열한 식충이 유형이었다. 수준이 좀 나은 재치꾼들은 영주처럼 굴면서 자신들의 재치를 정말 대단한 것으로 여겼다. 

     

    문학 장르로서의 패러디

    여기서 새로이 막을 열고 우리 앞에 등장하는 것이 있다. 장엄한 것과 숭고한 것에 대한 패러디는 당시 문학에서 이미 강력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아리스토파네스가 했던 것과는 다른 희생자를 찾아내야만 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위대한 비극 작가들을 자신의 희극에 등장시켰다. 그러나 특정한 시기에 그리스 사람들 사이에서 패러디를 가능하게 했던 것과 같은 교양 수준은 이미 이탈리아에서도 만발한 상태였다. 14세기 말에 벌써 소네트 형식으로 된 페트라르카의 사랑의 탄식 같은 것들이 모방을 통해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소네트라는 14행시 형식의 장엄함 자체가 터무니없는 말들로 조롱을 받았다. <신곡>은 가장 강력하게 패러디들을 불러들였다. 로렌조 일 마니피코는 지옥편의 문체형식으로 아주 훌륭한 익살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르네상스의 전성기에 재치는 이론적으로 세분화되었고 섬세한 계층 사람들 사이에서의 실용적인 사용법이 더욱 엄밀하게 고정되었다. 그 이론가는 조비아노 폰타노였다. 연설에 관한 저술에서 그는 수많은 개별적인 재치나 재담들을 분석해서 일반적인 법칙을 찾아내려는 시도를 하였다. 신분이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 재치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발다싸레 카스틸리오가 그의 <궁정인>에서 가르쳐준다. 물론 여기서는 근본적으로 우습고도 애교있는 이야기와 말들을 재현함으로써 제삼자들을 즐겁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궁정의 어릿광대 Dosso Dossi, 1508~1510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조롱

    이탈리아는 그 이후로 세계에서 그와 유사한 경우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욕지거리 학교가 되고 말았다. 볼테르가 살던 프랑스도 그와 견줄 수 없을 정도였다...15세기와 16세기의 이탈리아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그와 나란히 일반적인 교양수준은 정신력이 풍부한 무기력자들, 타고난 트집뱅이와 욕쟁이들을 엄청나게 키워냈으니, 그들의 질투심은 각기 대규모의 희생자를 갈망하고 있었다. 거기에 유명한 사람들 상호간의 질투심도 덧붙여졌다. 마지막의 사례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필렐포, 포지오, 로렌조 발라 같은 문헌학자들이 시작한 것이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피렌체의 대규모 명성 시장은 한동안 이 점에서도 다른 모든 도시들을 앞섰다. "날카로운 눈매와 독설"이 피렌체 사람들의 표지였다. 모든 것 하나하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조롱은 일상 어조였던 것 같다. 마키아벨리는 <만드라골라>의 매우 주목할 만한 프롤로그에서 옳든 그르든 간에, 보편적인 비방 현상을 보면서 도덕적인 힘이 추락한 것을 추론해내고 있다. 

    다음으로는 교황청이 있는데 이곳은 오래 전부터 가장 못되고 재치까지 풍부한 혀들이 부딪히는 장소였다. 포지오의 재담들은 교황청 서기들의 거짓말 방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자리를 얻으려다 실망한 자들, 희망에 넘친 적들, 은총을 입은 자들과 경쟁하는 자들, 타락한 고위 성직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그곳에 얼마나 많이 모여 있었나를 생각해보면 로마가 거친 비방문과 그보다 정적인 풍자문의 진정한 고향이었다는 사실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근거가 있는, 혹은 꾸며낸 고발들에 맞서 각각의 목적에 따라 무시하거나 아니면 빛나고도 유쾌한 반박을 해보임으로서 자신을 보호했다. 

    로마식 조롱의 진짜 희생물은 선량한 하드리아누스 6세였다. 사람들 사이에는 그를 오로지 조롱조로만 대하자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드리아누스는 이런 종류의 마지막 희생자로 기록되었다. 로마의 불행(1527) 이후로 삶의 극단적인 방종이 사라지면서 뻔뻔스러운 말들도 함께 사라졌다. 

     

     

     

    출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이미지 출처> 야후 이탈리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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