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알베로벨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이 사진이 어떻게 보일까?
인간의 주거환경같기는 한데
과연 어떤 인종이 사는, 어떤 나라의 가옥인걸까...?
앨리스가 파란 치마를 팔랑이며 사진 한구석에서 빼꼼, 들여다 볼 것만 같은 이곳은
이탈리아 뿔리아 Puglia 주에 있는 작은 마을 - 알베로 벨로
↑사진을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알베로벨로의 문장
Alberobello (로컬 방언으로 Iarubèdd) 에는 11.040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고 한다.
지명의 유래는 "나무 albero" + "bellum" 으로서, 라틴어 bellum은 전쟁을 의미하는데
이 곳은 고대로 부터 참나무 숲이 우거진 곳이었고, 그 참나무가 전쟁도구를 만드는데 적합했다는 것이다.
현대 이탈리아어로 단어를 직역하면 "아름다운 나무" - 뭐
아름다움도 수용자의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는 것이므로 - 戰士에겐 그 참한 용도로 해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질 수도?
하여간
이 마을은 대략 이렇게.
북적거리는 관광객 없이 이렇게 비어있는 알베로벨로와 만났다면,
나는 다른 시간, 다른 공간으로 뚝 떨어져 내린 어린 앨리스처럼 한동안 멍하게 있었을 것 같다.
1996년 유네스코에 의해 인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독특한 건물은 뚜를리 trulli 라고 하는데 (단수는 뚜를로 turllo)
이탈리아인의 설명에 의하면 아무런 접착료 없이 돌을 끼워 맞춰서, 100% 순수하게 돌로만 지은 가옥이라고 한다.
(진위여부는 검색 좀 더 해서 알려 드리겠다 - 이탈리아인들은 농담을 진지돋게 하는데다
상대가 알아낼 때까지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차에서 내리자 하얀 햇빛이 하얀 도로위로 하얗게 부서졌다
성서에 나오는 반짝이는 '소금도시' 처럼
오염될 것이라고는 관광객의 자동차 매연 정도일까...이곳은
상점들 마저도 평화롭다
평화롭고 놀랍게 작고 나지막한 상점들이 늘어서있는 골목들은 늘 오르막이고
햇살이 하얗게 부서지고
상점 바깥에 의자를 내어놓고 앉아 열심히 손뜨개를 하고 있는 할머니, 아주머니 등을 만날 수 있다.
상품을 대놓고 제조하는 손놀림조차 너무나 느긋하다 - 세월은 이들만 빗겨간 것일까
Vietato salire sul trulli
뚜를리에 올라가지 말라는 경고표지판과 간판이 구별이 가지 않는다
올라가면 안돼 견고하게 보이지만 켜켜이 쌓아올린 돌더미에 불과하단 말이다 (잠정적으로) - 그리고 인류의 문화유산이야
근데 경고문이 이탈리아어 - 올라간다면 관광객이 올라가지 본국인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지만...경고문조차
동화같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사진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햇살과 하늘은 왜 산토리니에서만 더 찬란하고 청명할까?
이 곳 알베로벨로의 하늘도 햇살도 특별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자연이 아름다운 장소를 예우해주는 것이든가
장소가 아름다운 자연에 예우하기 위해 이런 모습을 갖춘 것...둘 중에 하나가 틀림없다고
이런 집에 살면 어떤 기분일까
29호에는 로메오가 살고 31호에는 줄리에따가 살면
이 반짝거리는 골목을 뛰어다니며 자라고
함께 학교 가고
.
.
.
이건 규모가 가장 큰 뚜를리 - Trullo Sovrano의 뒷뜰.
2층으로 된 이 건물은 16세기 중반에 Perta 가문을 위해 지은 것이라고 한다.
박물관이어서 내부 관람도 가능하다고.
성 안토니오 교회
이 지방 음식은 - 대략 맛있었다.
이탈리아 사람과 같이 있으면
늘 맛있는 것을 먹게 되어 - 어느 순간 천하진미를 만난다 해도 감흥이 덜하다
석양무렵의 뚜를리 - 이제 떠나가야 한다.
검색 결과 :
15세기, 나폴리 왕국 치하에 있던 꼰베르사노 Conversano 의 지주(백작)들이
이 장소에 일단의 농민들을 이주시키고는
접착료를 절대 쓰지말고 건물을 지으라고 명령해 진짜로!! 돌로만 지었고,
최대한 안정적인 구조를 찾다보니 가옥 형태가 원형이고 지붕이 뽀족한 - 지금의 구조로 짓게 되었으며
그 기술이 지금까지도 전수되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