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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네상스
    이.탈.리.아 역사/르네상스 rinascimento 2020. 2. 6. 11:20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르네상스의 의미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정의일 것이다.

    종교에 함몰되어 있던 중세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인간의 시대로 전환된 찬란한 시기 - 학자에 따라 중세와의 단절과 연속성에 대한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르네상스라 일컫는 13세기 말 ~15 세기가 인류사에 갖는 특별함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세계사 전집 8권, '근대의 서곡' 편은 중세와 르네상스의 현격한 차이를 저술하기 위해 식물도감을 예로 들면서 시작한다. 

     

     

    13세기 말경의 식물도감에는 오른쪽이 맨드레이크(이탈리아어로는 mandragola) , 동물형상은 각자 다른 이름을 가진 식물들이 그려져 있고, 풀들의 산지, 채집시기, 조합, 효능 등에 관한 것이 설명되어 있다고 한다. 즉 어디선가 분명히 자라고 있어서 채집이 가능한 식물들이며 결코 허황된 상상도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 이런 식물을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고까지 주장했을 수는 없다....사실 이 식물도감에 다루어진 풀이나 나무는 모두 그와 비슷한 괴물들로 이 세상에 있음직한 식물은 하나도 없다....여기서 이 시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1

    14세기 프랑스에서 발간된 <약초도감>에서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두 도감의 목적은 같은데, 약초도감에는 모든 식물이 사진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 두 서적을 비교해 보면 1세기도 못되는 짧은 기간에 그만큼 인간의 정신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괴물이나 신이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공포감에서 벗어나 현실세계의 합리적인 질서를 파악하기까지, 사고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어둠에서 광명으로 - 이것이 르네상스였다. 1

     근대의 서곡에서는 또 하나의 예로 14세기 초 화가 지오토Giotto 의 일화를 소개한다. 당시 피렌체의 교회에 사람들이 모여 유쾌한 한담을 나누던 도중 누군가가 물었다 " 이 그림도 그렇지만 요셉은 왜 항상 이렇게 음울한 모습일까? "

    "약혼자가 임신 했는데,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표정이 그럴 수 밖에 없지 않겠나?" 폭소가 터지고, 많은 사람들이 재치있는 지오토의 답변에 감탄했다고 14세기 시인이자 소설가인 사케티Franco Sacchetti 는 쓰고 있다. 

     성서는 신의 말씀을 기록한 책으로, 의심하거나 성서 속 신성한 인물들의 언행을 인간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신성모독으로 간주되었던 시대가 이미 지났기에 가능한 일화라는 것이다. 

     

    The Flight into Egypt 1304–1306 Giotto

     

     약초도감이나 지오토가 출현한 14세기초는 유럽 각국, 특히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왕권이 강화되고 교황은 아비뇽에 유폐되어 있던 시기이다. 시대도 사회도 인간들의 사고방식도 모두 달라지고 있었고, 그 시대 인간들도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이래 역사상의 시대 개념으로 쓰이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는 따지고 보면 중세 말기에서 근세 초기에 해당하는 과도기, 즉 14세기에서 16세기까지를 일컫는데, 이는 교황의 시대에서 절대 왕정에 이르는 과도기에 속하기도 한다. 1

     르네상스 Renaissance/Rinascimento 가 재생再生을 뜻하는 것이라면 원형이 있을 것이고, 그 원형은 합리적인 인간들이 문화의 꽃을 피웠던 그리스/로마 시대였다. 이 문예부흥운동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단시간 내에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중세 유럽 사회는 영주 대 농민이라는 봉건 관계였고, 정신적으로는 그리스도교에 지배되고 있었다. 그러나 도시들이 발전하면서 시민계급(주로 상인)이 대두하고, 영주들이 몰락하면서 농민의 지위가 향상되었다. 이 시민 계급과 농민 상층부 등 신흥세력이 낡은 사상이나 문화에 저항하고 독자적 사상이나 문화를 개척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르네상스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양상은 더 복잡하다. 

    르네상스의 중심이 된 이탈리아에서는 압도적으로 강력한 도시들 자체가 작은 국가의 성격을 띠고 있어, 통일 왕권이 생겨날 수 없는 환경이었다. 베네치아, 제노바, 피렌체, 피사, 밀라노, 로마 교황청, 나폴리 왕국 등의 강자가 대립과 항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1

     

     

     이와는 반대의 상태에 있던 것이 영국으로, 왕권이 강력해서 국가의 통일이 일찌감치 추진되고 있었고, 도시들은 세력은 약했다. 이 두 나라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 독일, 프랑스였는데, 독일은 지방 영주들의 세력이 강대하고 왕권은 쇠퇴하고 있었으나 도시 세력이 부진했고, 프랑스에서는 왕권이 도시 세력과 제휴하여 저항 영주들을 견제하고 국가 통일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베리아 반도는 8세기 이후 사라센인들이 득세하고 있었으나, 그리스도교 세력의 줄기찬 국토 회복 운동이 전개되어 강력한 왕권을 구축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생겼다. 1

     이것이 중세 말기에서 근세 초기까지, 이른바 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양상이다. 매 국가와 지방마다 상황이 달랐고, 르네상스의 내용도 모두 달랐다. 

     

     

     

    1. 직접인용

    출처> 대세계사 8권 <근대의 서곡> 김성근(金聲近) 감수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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