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분유 가격은 어떻게 반값으로 떨어졌나
    한이 관계/정치 경제 사회 2010. 9. 7. 18:28


    [오마이뉴스 김종철 기자] 
    취재·정리 : 정원각, 김종철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 유러피언 드림 : 이탈리아편 > 특별취재팀 



    이탈리아의 볼로냐와 스페인의 몬드라곤. 최근 몇년 새 경제위기와 함께 부쩍 관심이 커진 사회적경제의 협동조합 모델로 대표적인 곳들이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3일 동안 아이쿱생협의 활동가들은 스페인의 몬드라곤협동조합기업(이하 '몬드라곤')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또 지난 7월 25일부터 이탈리아 볼로냐를 방문한 < 오마이뉴스 > 취재팀은 협동조합 연합회 성격인 레가협동조합네트워크(이하 '레가')를 배울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이번 글에선 세계적인 협동조합 모델의 대표적인 두 곳에 대한 서로 같지만, 또 다른 모습의 이야기를 전달해보고자 한다. 

    우선, 레가와 몬드라곤은 해당 국가의 지역적인 측면이나, 역사적인 측면 등에서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이들 지역은 무엇보다 거대 도시 또는 수도권과 같은 인구 집중 지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몬드라곤이 있는 스페인의 바스크 지역은 수도인 마드리드로부터 300km 이상 떨어진 곳이고 스페인 제2의 도시인 바르셀로나로부터도 400km 정도 떨어져 있다. 마찬가지로 레가의 핵심지역인 이탈리아 볼로냐 시 역시 인구가 37만2000명으로 우리나라의 경상남도 진주시 정도 규모다. 이곳에 수많은 협동조합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대부분의 일반 영리 기업들이 대도시에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역사적 경험과 경제위기속 철저한 고용 보장 

    두 번째는 레가와 몬드라곤은 민주주의를 위해 파시스트들과 치열하게 투쟁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 바스크 지역은 바르셀로나와 함께 1936년 스페인 내전 때 독재자 프랑코에 맞서 전투를 한 지역이다. 소설가 헤밍웨이가 참전 경험으로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를 썼으며 피카소는 < 게르니카 > 를 통해 나치의 양민 학살을 고발했다. 한편 이탈리아의 레가 협동조합의 조합원도 과거 파시스트 무솔리니에 저항하다가 수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볼로냐 시청 앞 광장에는 그 희생자들 가운데 1000여 명의 사진이 그대로 전시돼 있다. 

    세 번째로, 두 곳 모두 일반 기업에 비해 이곳 협동조합 기업들의 파산 비율이 매우 낮다. 또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협동조합의 중요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에서 스페인 전체 기업 파산율이 2.4%에 달했지만, 몬드라곤은 0.8%였다. 이탈리아의 경우 일반기업의 파산비율이 2.0%를 조금 넘지만 레가의 경우 이번 경제위기만 아니라 최근까지 파산한 업체가 없다. 그리고 몬드라곤 관계자에 따르면 몬드라곤에서는 파산한 협동조합의 노동자들의 경우 전원 다른 노동자협동조합에 재배치했다. 한마디로 고용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었다. 

    네 번째, 이들 협동조합들의 경우 대자본이나 초국적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부터 물품을 수입하기도 하며, 다른 나라 협동조합과 연대도 강화하고 있다. 몬드라곤의 에로스키생협의 경우 프랑스계 초국적 유통업체인 까르푸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독일의 에데까생협, 프랑스의 인테르마샤생협과 공동구매 등 협력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10억 유로씩을 공동기금으로 적립하고 있을 정도다. 한편 지난 2004년 이탈리아 분유 시장을 장악한 초국적 유통업체가 가격을 올리면서, 폭리를 취하자 레가가 직접 나서 프랑스 생산자협동조합에 분유생산을 요청했다. 이후 분유 가격은 반값으로 떨어졌다. 


















     




    이들 두 지역의 협동조합에서 유사한 점은 또 있다. 이들의 내부 구성을 보면 생협, 노동자협동조합, 건설협동조합, 주택협동조합, 보험, 서비스 등 다양한 협동조합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다양한 협동조합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협력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협동조합과 관련된 법이 하나의 기본법 또는 종합법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한국과 일본은 농협, 신협, 생협 모두 독자적인 법의 적용을 받아 다른 협동조합과 연대가 차단되어 있다. 




    경제적 약자를 최우선으로 배려하고, 환경과 물가 안정에 적극적 

    여섯 번째로 이들 두 곳의 생협이 추구하는 철학과 방향도 매우 유사하다. 예를 들어, 물가를 낮추어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고 소비자의 안전, 정보 제공, 환경보전 등이 뒤를 잇는다. 환경 문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와 역할로 지적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 하위 10~20%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기 마련인데, 이들에게 실업과 물가 인상은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따라서 협동조합이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민중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 레가와 몬드라곤의 경우 모두 수천 평 규모의 대형매장부터 수십 평 규모의 소형매장까지 다양한 매장에서 다양한 생필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두 생협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몇 천 평하는 생협 매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백 평, 수십 평 등 다양한 규모의 생협이 있다고 했다. 취급하는 품목도 농산물을 비롯하여 가전제품, 옷, 잡화 등 생활에서 필요한 상품은 모두 있었다. 그만큼 생협이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레가와 몬드라곤 두 곳에 매우 유사한 점이 많지만, 또 다른 면도 분명하다. 우선, 이들 두 곳에 참여하는 협동조합들의 분포 범위가 다르다. 몬드라곤의 경우 초기 면 단위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수도인 마드리드를 비롯하여 스페인 여러 지역에 분포돼 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조합들이 몬드라곤과 바스크 지역에 있다. 반면 레가의 경우는 총 본부가 이탈리아 로마에 있고, 협동조합 역시 전국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특히, 레가의 생협은 이탈리아 대부분의 주에 분포돼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몬드라곤 생협 조합원은 2009년 기준으로 52만 명 정도지만, 레가 생협 조합원은 약 700만 명에 달한다. 

    또 하나, 몬드라곤이 있는 바스크 지역의 경우 지역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바스크 민족주의가 결합돼 있지만, 레가는 그렇지 않다. 레가는 초기부터 사회주의자들이 주도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히려 평등이나 보편주의에 가깝다. 바스크는 '바스크어'라는 말을 따로 사용할 정도로 지역성이 강한데 이는 이 지역의 인종과 역사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레가의 중심 지역인 볼로냐도 협동하는 삶과 상호신뢰 등을 가능하게 하는 자기만의 역사가 있지만, 독자적인 언어가 없고 외국인 노동자도 많이 들어와 살고 있다. 아울러 평등을 기조로 하는 진보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다. 



    지역성 강한 몬드라곤과 개방과 보편성이 큰 볼로냐 





    세 번째로 몬드라곤은 하나의 단일한 협동조합으로 결합력이 강한 편이나 레가는 상대적으로 결합력이 강하지 않은 네트워크 형태로 볼 수 있다. 몬드라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중앙 본부가 제시하는 7가지의 원칙에 동의해야 한다. 그 내용은 회원 협동조합이 사업에 실패했을 때 다른 협동조합에 재배치를 통한 고용 안정, 노동자조합원으로서 출자(1인당 1만4000유로)와 최저임금과 최대임금을 제한하는 임금의 연대, 그리고 본부에 조합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 등이다. 레가의 경우는 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하되 강한 기준보다는 레가에 동의하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정도라고 한다. 

    네 번째로 이곳의 소비자협동조합(생협) 조합원의 자격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몬드라곤에서는 소비자가 조합원이 되려면 출자 없이 가입원서만 쓰면 되지만, 레가는 1인당 25유로(약 3만8000원)를 출자한다. 통계를 낼때도 몬드라곤은 소비자 조합원을 따로 잡지 않지만, 레가는 별도로 잡고 있다. 레가에서는 소비자 조합원이 조합을 경제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과 같은 약자가 전화로 주문을 하면 받아서 물건을 배달해 주는 자원봉사 활동까지 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몬드라곤에선 에로스키생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자협동조합을 조직할수 있고, 이들이 직접 출자도 한다. 반면 레가의 경우 소속 생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임노동자일 뿐이다. 몬드라곤이 노동자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등 모두 통일된 형태를 갖추려고 노력한다면 레가는 양쪽을 자기의 특성에 따라 별도의 조합형태로 만들고 있다. 

    세계적인 협동조합 모델의 대표적인 두곳인 몬드라곤과 레가. 물론 몬드라곤과 레가 각각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이들 조합이 벌이는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자뭇 크다. 

    물론 당장 국내 협동조합에 이들 두 지역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란 쉽지 않을수 있다. 긴 안목을 가지고,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가능한 부분부터 추진해 나간다면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면 사회 구성원들의 진지한 고민과 합의를 통해 고쳐 나가야 한다. 스페인과 함께 이번 이탈리아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한다.





     






    오마이뉴스 < 유러피언 드림 : 이탈리아편 > 특별취재팀: 현지 취재 : 김종철 기자(팀장) 이승훈 기자, 편집 자문 : 정태인 박사(경제평론가), 신성식 경영대표(아이쿱 생협), 정원각 사무국장(아이쿱 생협연구소) 

    [☞ 오마이 블로그] 

    [☞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