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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맛들이는 이탈리아 기업한이 관계/정치 경제 사회 2014. 1. 29. 16:29
금융위기에 은행 문 좁아지자 상장으로 눈 돌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탈리아 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 경제가 지난 2년 동안 침체에 허덕였지만 이탈리아 자본시장은 폭풍성장했다며 벼랑 끝으로 몰린 현지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본시장 문을 적극 두드린 덕이라고 최근 분석했다.
이탈리아에는 전통적으로 가족기업이 많다. 지금은 글로벌 브랜드가 된 피아트, 베네통도 애초 가족기업 형태로 출발했다. 사업은 현지 은행들로부터 대출 받아 영위했다. 이는 이탈리아에 중소기업이 많은 이유가 됐다. 이탈리아 기업 가운데 중소형은 무려 90%에 이른다.
2010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금융위기는 중소기업의 인식을 바꿔놓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위기에 빠진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자금을 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이탈리아 중소기업들은 주식·채권 발행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은행 대출이 막히자 자본시장으로 뛰어든 것이다.
안경 제조업체 인디펜던트는 수년 간 수익을 냈지만 은행에서 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상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1997년 설립된 항공 수화물 서비스업체 세이프백도 은행 대출이 막히자 지분 10%를 시장에 상장시켰다. 현재 추가 상장을 고민 중이다.
인디펜던트의 안드레아 테시토레 최고경영자(CEO)는 "상장으로 해외 신뢰도가 높아져 해외 시장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상장이 사업자금을 마련해 줬을 뿐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인디펜던트는 현재 35%인 해외 매출 비중이 올해 50% 이상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과거 이탈리아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실 지난해 자금 조달 규모 600억달러는 700억달러가 넘은 2009년에 비하면 적은 것이다.
하지만 2009년 채권을 발행한 기업들 수가 40개 정도였던데 반해 지난해에는 60개가 훌쩍 넘었다. 지난해 주식을 발행한 기업 수도 약 40개로 10여개에 그친 2009년에 비해 급증했다. 소규모로 자본을 조달하는 기업들, 즉 중소기업의 자본시장 참여가 증가한 덕이다.
이탈리아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오늘날 기업 경영인들이 좀더 젊어졌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지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역내에서 사업하는 것은 낡은 방식이다. 현 경영인들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필요할 경우 자본시장으로 과감히 들어간다.
이탈리아 경제가 침체를 겪자 투자자들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나 해외에 공장이 있는 기업으로 눈돌리고 있다. 요즘 이탈리아 경영인들이 해외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 해외 주문량이 10% 이상 증가한 반면 역내 주문량은 10% 넘게 줄었다.
지난해 12월16일 이탈리아 증시에 상장해 큰 주목을 받은 의류업체 몽클레어는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했다. 레모 루피니 CEO가 몽클레어를 인수했던 2003년 해외 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했으나 현재 75%로 급증했다.
2003년 몽클레어의 매출은 4500만유로였지만 지난해 예상 매출은 5억6900만유로(약 8214억원)로 추산된다.
2011년과 2012년에 상장됐던 살바도르 페라가모와 브루넬로 쿠치넬로의 주가는 현재 3배로 뛰었다.'한이 관계 > 정치 경제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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